[기사]생산자-소비자, 친환경 유기농산물 직거래
페이지 정보
작성자 두레지기 작성일15-07-27 17:36 조회16,209회 댓글0건본문
[전국협동조합신문]
생산자-소비자, 친환경 유기농산물 직거래
조합원 한 명이 한 평이 땅 살린다 '두레생활협동조합연합회'
16만 조합원... 연매출 1110억
매년 소비자들 생산지 찾아... 유기농산업 이해,믿음 더해
재해입은 농민엔 기금 지원
내년 저농약인증 폐지 대비... 자체 인증기준 마련 준비도
조합원 수 16만명, 매출액 1110억원(2014년 기준). 두레생활협동조합연합회(이하 두레생협)가 내놓은 ‘엄청난’ 숫자들이다. 그러나 1997년, 두레생협이 시작될 때의 목표는 의외로 소박했다. ‘한명의 조합원이 한평의 땅을 살린다’는 것이 두레생협의 출발점이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직거래함으로써 생산자는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되고, 소비자는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받고 땅을 되살린다는 취지다. 한마디로 농업인은 생산의 ‘안정’을, 소비자는 구매의 ‘안심’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발로 쌓아가는 신뢰관계=두레생협은 28개의 회원생협과 430명의 생산자가 협동조합운동을 통해 친환경 유기농산물의 소비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곳이다. 요즘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를 통해 중간마진을 없애는 구조의 생활협동조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생협 활동이 이제 와 뭐가 더 새로울까 싶지만, 두레생협은 그중에서도 조금 특별하다.
두레생협의 가장 큰 특징은 도·농 교류를 통해 생산자와 조합원이 신뢰와 이해를 쌓아간다는 점. 2014년에만 1430명의 조합원이 44곳의 생산지를 찾아 조합원들이 먹는 유기농산물이 어떻게 생산되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했다. 생산지를 방문한 조합원들은 유기농산업의 필요성을 눈으로 확인하고, 유기농업을 이어가는 생산자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
김혜정 두레생협연합회장은 이를 ‘얼굴이 보이는 관계’라고 표현했다. 그는 “도·농 교류를 통해 생산자들은 단순한 ‘물품 출하’ 차원을 넘어 가치와 신뢰를 담은 생산물을 판매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소비자들은 ‘아는 사람’이 생산한 농산물을 먹는다는 든든함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생을 위한 두레천사=2010년, 두레생협의 조합원들은 강원 원주 복숭아 농가에 묘목을 보냈다. 100년 만에 찾아온 추위와 폭설로 기온이 영하 25℃까지 떨어진 2009년 겨울, 원주생명농업 복숭아작목반 26농가의 1806그루 가운데 60%에 달하는 1080그루의 복숭아 나무가 고사했기 때문이다.
묘목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두레생협의 ‘1004기금’ 덕분이다. 김 회장은 1004기금을 “자연재해와 같이 생산자의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소비자 조합원이 함께 동참해 이겨내게 돕는 제도”라며 “지속 가능한 생산기반을 마련하고, 신뢰에 기반한 소비자-생산자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복숭아 묘목 구입을 위해 모은 1004기금은 3000만원이 넘었다.
이 밖에도 두레생협의 조합원들은 2011년 구제역 피해를 입은 생산농가를 위해 9억원 이상의 송아지입식기금, 2015년 강원 유기농 농가의 화재피해 복구를 위해 1004기금 등을 모금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런 기금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생산자를 ‘그간 내가 먹어온 농산물을 만들어준 고마운 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레 생협의 새로운 과제, 저농약인증=두레생협은 새로운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다. 2016년부터 저농약인증제가 폐지되는 탓이다. 두레생협에서 공급하고 있는 저농약 인증 농산물은 연간 1469t가량으로, 두레생협은 저농약인증 폐지 이후 생산자들의 안전에 대한 보증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점을 우려해 자체 인증기준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김 회장은 이를 “친환경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생산자가 친환경농업과 환경보전에 대한 의지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두레생협은 자체 브랜드인증제를 도입하고, 독립적인 조합원참여형 생활재안전센터를 설립하는 등 소비자 조합원의 신뢰를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자가제조 자재를 사용하거나 경축순환농법을 실시하는 생산자에 대해서는 평가 기준을 차별화해 ‘노력한 만큼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를 탄탄히 만들어갈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두레생협의 두레 정신=원래 ‘두레’는 공동노동조직을 의미한다. 모내기·길쌈 등 혼자 힘으로 해내기 어려운 일들을 마을 단위의 공동노동체를 만들어 해결하려는 조상들의 지혜가 ‘두레’라는 형태였던 것. 두레생협의 구성원은 소비자와 생산자로 구분되지만, 정신만큼은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려는 조상들의 두레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김 회장은 “생협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상품’이나 ‘물품’이 아닌 ‘생활재’라고 부르는 것도 두레 정신에 입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팔아서 이윤을 남기기 위한 상품이 아닌, 조합원의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생협을 통해 공급한다는 의미다.
자연재해도, 정책 변화로 인한 혼란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힘을 합쳐 이겨나가려는 두레생협. 생협의 궁극적 목표를 묻는 질문에 김 회장은 “단순히 ‘먹을 거리’를 생산·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합원들과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교육·사회적 운동을 지속·확대해가는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