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두레생협] 월 1만원의 협동, 묻지마 종잣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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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레지기 작성일19-09-03 10:25 조회13,106회 댓글0건본문
‘묻지마 종잣돈’이라는 재미난 이름의 소모임은 2013년 1월 춘천생협에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지방의 소도시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세상이 좋아지기만을 바랄 자신이 없는 생협의 엄마들이 자식 걱정하듯, 이제 막 싹을 틔우려는 사회적경제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비빌 언덕을 만들어주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뜻을 함께 모았습니다.
처음엔 생협 이사와 활동가 중심으로 회원이 6명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35명까지 늘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 모여서 오늘과 내일에 힘이 될 수다를 나누고, 쌈짓돈 1만원을 종자돈으로 모읍니다. 그리고 돈을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학습하며 지역에서 ‘시민뱅크’, ‘희망금융’, ‘협동금융’의 꿈을 꾸고, 실천하는 모임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묻지마 종잣돈’은 생협의 장기 소모임이지만, 회원가입은 조합원에만 한정짓지 않습니다. 춘천에 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따로 가입조건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들어올 수는 없습니다. 모임의 취지와 목적을 잘 이해하고, 기존 회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설령 탈퇴하더라도 적립금은 돌려주지 않습니다. 또한, 모임에 나오지않는다면 돈을 어디다 쓰는지 묻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모은 돈을 그냥 묻어 두지 않고. 모임에서 논의 하여 활용해야합니다. 참여하지 않으면 사용처를 묻지 않고, 모은 돈은 묻어두지 말자라는 의미로, 모임의 이름을 ‘묻지마 종잣돈’으로 정했습니다.
2014년부터 적립된 기금을 바탕으로, 춘천지역 내 사회적경제 업체를 대상으로 ‘문턱 없는 소액대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출금은 최소 1백만 원에서 최대 5백만 원까지 무이자이며, 상환기간은 6개월이고, 1회 연장이 가능합니다. 대출을 원하는 업체가 자금사용 제안서를 제출하면 모임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합니다. 그동안 동네방네협동조합, 감성노리협동조합, 봄빛협동조합 등 총 14개 업체가 대출을 이용했습니다.
처음 시민뱅크 사업을 준비하면서, 월 1만원의 협동 회비는 사실 적은 액수였으나 욕심내지 않았습니다. 돈보다 함께하는 마음이 더 소중하기에 차근차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비록 작은 액수라도 세월이 쌓이고 사람이 쌓이니 목돈이 되어, 이제는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소규모 사회적경제 업체들에게 희망금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아직 작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묻지마 종잣돈’의 시민뱅크 사업은 금융지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업체와 직접적인 관계맺기를 통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고자 합니다.